2019. 5. 3. 15:25 ◑ Got impressed/By artworks

오랜만의 한가람미술관 방문

디자인 아트 페어 2019 표가 생겨서 보러 갔다


이 전시를 가고 싶었던 이유

바로 안소현 작가님의 개인전을 해서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고 반한 그림인데 실제로 보니 더 좋았다. 아크릴인데 유화같은 그라데이션 작업. 저렇게 붓자국없이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는걸 아크릴을 다루면서 경험했었기 때문에 그림들을 보면서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실제 작가님도 유화같이 보인다고 하는 말을 듣기 좋아하신다고 했다. 아마 저렇게 처리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셨을 것 같다. 그리고 스카이캐슬을 안봤는데, 스카이캐슬에 그림을 협찬했다고 사람들이 알아보고 앞으로 더 유명해지실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이기도 하고. 따뜻하면서 색감도 예쁘고 세련된. 그래서 나도 좋아하는 거지만.

작가님 남편분께서 나와계셨는데 이것저것 여쭤봤는데 친절히 답변해주셔서 감사했고 그림도 정말 잘 보았습니다. 팬입니다, 작가님 :) 저도 언젠가는 작가 vs 작가로서 뵐 수 있기를 고대하며 열심히 작업을..



작가님 그림 중 몇 개만 올려본다. 초기에는 휴식이라는 테마로 의자나 소파를 대상으로 많이 그리시다가 전시회에서 2018, 2019 작품을 보니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배경이 멕시코라 그런지 색감도 훨씬 이국적인데, 뭔가 편안하다. 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우리가 바라보기엔 낯설은 느낌. 작가님 노트를 보니 아마 이러한 느낌을 의도하신 듯 하다!

작가님 그림을 엽서로도 판매하고 있었다. 여러 장 사오고 싶었는데 현금이 5천원 뿐이라 친구 하나, 나 하나 밖에 못샀다 ㅠㅜ 아쉽



나도 이 비슷한걸 시도한적 있었는데, 워낙 패션을 좋아하니 눈에 들어왔던 작품들



과슈+다른 안료 on wood

귀엽고 색깔도 예쁘고 나와는 다른 분위기의 그림들이라 더 눈길이 갔던 작품들

저렇게 집 벽면 한쪽에 장식해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유리 공예. 저 무늬 하나 하나 다 구워서 핀셋을 이용해 붙이신거라니 정말 대단했다. 귀걸이, 반지 등 액세서리류도 판매하고 계셨는데 예뻐서 하나 선물용으로 구매



블루+화이트+골드, 세라믹의 조합이 너무 세련되어 보여 정말 하나 소장하고 싶었던 작품


이것도 외국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작품이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좋았고, 코엑스같은데서 하는 디자인 페어보다는 더 조용한 분위기로 관람의 느낌이 더 강하고 작가님들도 적극적이셔서 소통하기도 좋고 편했다.  무엇보다 나는 안소현 작가님 그림을 실제로 본 것만으로도 만족 :)


posted by 드쏭
2019. 5. 1. 16:26 ◑ Got impressed/By books


한국어 제목은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제목 대로 100세 생일날, 창문을 넘어 도망친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이 노인은 100세까지 산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데 굉장히 스펙터클해서 그 에피소드를 풀어나가는게 한 이야기 축이고, 이 노인이 도망치는 현재의 내용이 다른 이야기이다. 이렇게 두 개의 큰 이야기를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책이 전개된다

이 노인의 유년시절은 불우했지만 폭발물 다루는 기술을 배우게 돼서 전문가로 세계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대통령들과도 친분을 쌓게 되고 히말라야 넘고, 아무튼 에피소드는 모든 상상력이 동원된 것처럼 Fictional 하다

현재의 내용도 마약상?폭력집단의 주요 인물 세 명과 엮여서 어쩌다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다니면서 일어나는 내용이다


타임킬링용으로는 Okay, but 그에 비해 조금은 긴듯한 이야기. 에피소드 별로 다 설명하는데 그게 역사랑도 관련있고 해서 약간 루즈해지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도 꽤 재밌었던 편





Things are what they are, and whatever will be will be.

→ So you don't need to worry much about the future.

 

Revenge is not a good thing. Revenge is like politics: one thing always leads to another until bad has become worse, and worse has become worst.

→ 나는 복수를 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전에 어떤 분이랑 얘기했을 때 그 분은 복수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사소한 복수로.. 뭐 아무튼 항상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나도 눈물 날 일이 생기고, 할머니께서는 받기보다 주기를 더 많이 하라고, 나는 그냥 이렇게 감내하면서 복수는 안하고 살련다. 미..련..하게..?

 

If there was one thing he had learned it was that the very biggest and apparently most impossible conflicts on earth were based on the dialogue: “You are stupid, no, it’s you who are stupid, no, it’s you who are stupid.” The solution was often to down a bottle of vodka together and then look ahead.

→ 저렇게 양 쪽이 서로의 주장만 하면 결론이 날 수가 없다. 기분만 상하고.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툭 터놓고 얘기해서 훌훌 털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갈등을 해결 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

 

He was not one to pin his hopes on what might happen in the immediate future. What happened happened. There was no point second-guessing it.

→ 작가의 인생관이 잘 드러나있다. 첫 문장과 비슷한 맥락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쿨~하게 현재를 살아가라는 그런..?

 

I don’t know, but as long as we think positively, I’m sure a solution will appear.

→ 나도 그렇게 믿고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지만 현실은 차갑네요.. 그래도 닥치는 대로 살다보면 길이 보이겠지요..?? Please


posted by 드쏭
2019. 4. 11. 12:14 ◑ Got impressed/By movies

(From Naver)


친구랑 애인보다도 더 친하고 좋은 프란시스가 분리를 경험하며 성숙해지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립해나가는 성장 영화

사실 프란시스는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즉 철이 조금 없어보였다. 소피가 남자친구랑 놀러간다고 하면 질투하고, 우리가 흔히 고등학교 아니면 20대 초반때 겪는 감정을 20대 중후반에 겪고 있으니. 하지만 이런 감정을 겪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만큼 소피한테 의지를 많이 하고 있고 아끼니까 더 섭섭하고 서운한 것이겠지.. 게다가 좋아하는 춤을 계속 추고 싶을 뿐인데 현실은 내 맘대로 풀리지 않아서 힘들고 외로운데 친구는 잘 사는 것 같고 남자친구랑만 다니니 서러움 폭발

"Don't treat me like a three-hour brunch friend!"

 “It’s just, if something funny happens on the way to the deli, you’ll only tell one person, and that’ll be Patch, and I’ll never hear about it.”

파리를 이틀동안 간 것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일종의 도피 및 반항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거기서 소피랑 통화하는 내용이 와닿았다. 한때 가족보다 더 친했었지만 서먹해지고나서 오랜만에 하게 된 대화. 그런 친구에게 자신의 힘듬 대신 걱정끼치지 않기 위해 혹은 자존심 때문이든 잘 사는 척, 행복한 척 한다. 마치 내가 호주에서 그랬듯이?

또, 친구가 본인 집에서 지내라고 했을 때도 못 이기는 척 그럴수 있었겠지만 사양하고, 행정직을 제안 받았을 때도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프란시스는 댄스에 대한 열정과 자존심이 엄청나구나 싶었다. 현실은 무지 힘들지만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을 보면서 배고픈 예술가가 뉴욕에서 버텨나가기에 필요한 것은 그 고집일까 싶었다

나중에는 결국 약간의 타협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댄스 분야에서 호평을 받으며 긍정적인 미래를 암시하고 처음 홀로 집을 마련함으로써 자립에 성공하는 걸로 마무리된다. 특히 나는 엔딩 장면이 마음에 든다. 풀네임에서 Frances Ha만 남기면서 제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상기시켜주는 것이


흑백이지만 세련되고 유쾌했던 영화다. 러닝타임도 95분으로 길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고 프란시스의 밝은 에너지가 전해져서 즐거웠다. 중간 중간 현실의 벽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아서 슬픈 느낌도 들었지만 'Undatable'에서는 백퍼 동감하고. 이것도 슬픈 일인가? ㅋㅋ 

posted by 드쏭
2019. 4. 10. 11:57 ◑ Got impressed/By artworks


한남동 D MUSEUM, 대림미술관과 같은 재단으로 알고 있다

제목을 참 잘 지은듯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Ellsworth Kelly의 인용문을 보면 마치 드로잉 중심의 전시회 같아 보이지만 드로잉 작품만 있는건 아니고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16인의 350여 작품을 선보이는 꽤 큰 규모의 기획 전시다


]

전시장 입구와 전시 배치도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엄유정 작가의 작품

단순한 형태와 선, 색깔들이 자유로워 보인다



인기많았던 중국작가 Oamul Lu

배경 속에 인물을 하나씩 끼워넣는 것이 나랑 비슷한 작업 구성이라 더 흥미로웠던 작가였다. 직장인이었다가 전향했다는 점도 그렇고

단순해보이는 구성이지만 메인 칼라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어 따뜻한 느낌도 있고 시선을 끌었다. 이런 요소들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공간에 머물면서 사진으로 그림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감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도 물론 그 중 하나로 사진을 많이 남겨보았다


오렌지 계열 칼라가 눈에 먼저 들어왔고 많이들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듯한 케이블카를 중앙에 배치해서 흥미로웠다


배경의 밤하늘과 인물의 보색대비효과.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에 서있는 소녀가 쓸쓸해보이면서도 정감이 가는건 별빛들이 소녀를 비추고 있기 때문일까


고즈넉한 겨울 풍경인데, 사람과 강아지가 있어서 그런가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엽서로도 사온 작품인데, 배경 색깔하며 그 속에 튀는 색깔의 작은 인물이 흥미롭다



따뜻한 색감 속에 의자에 기대앉은 사람. 왜 난 어딘가 불편해보이는지 모르겠다. 사람의 자세가 그닥 편해보이지는 않는다. 다리가 너무 직각이라 그런가? 팔도 다소 경직된 것 같고?


고독하고 쓸쓸한 느낌의 그림들인데 눈이 간다

요즘의 내 모습 같아서?

ㅋㅋㅋ





그림이 참 예뻤지만 아이디어가 더 재미있었던 작가 Kristelle Rodeia

밝은 칼라와 예쁜 여성이 등장하지만 어딘가 미스테리한 느낌의 그림들


수영복 입은 여성들이 꽃으로 발리볼 중인걸까? 아이디어가 재미있고 화면 구성도 화사하게 예쁜 것같다




2층 계단 복도와 초입에 전시해놓은 람한 작가

중앙에 위치한 그림 속에 있는 사물들을 각각의 다른 프레임 속에 독립적으로 그려넣었다. 이게 바로 외톨이 시리즈


The idea is interesting and good!


나는 잘 안 쓰는 컬러들을 사용해서 눈길이 갔다. 8,90년대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도슨트때 들었는데 약간의 복고 느낌을 위해 의도한 색 사용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다 된 밥에 재 뿌린다.'

그림 곳곳에서 담배꽁초를 찾는 재미도 있다! (이런 아이디어 부럽..)




Scientific Illustrator라고 해야할까. 런던에서 활동하는 Katie Scott은 이렇게 식물과 동물을 관찰하여 해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했는데, 그 세밀함이 매우 놀라웠다. 손으로 스케치만 하고 나머지 작업은 다 디지털로 한다고 하니 대단한 것 같다. 나는 아직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작업해서 그런지 눈이 너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굉장히 정교하면서 컬러 매칭도 세련된 것 같다

이 분 작업들을 담아놓은 Botanicum이라는 책을 사고 싶었다




벽지, 패션,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겸 작가 Faye Toogood

이 드로잉 룸의 벽면 작업들은 목탄으로 손수 작업한거라 만지면 손에 묻어날 수 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을 방문할 때마다 수집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 물건들을 모아놓은 테이블




사진을 옆으로 돌려놓았지만 바닥에 그려진 그림이 천장의 거울에 비춰지는 작품

원래 캐릭터를 그닥 선호하지 않아서 그냥 이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다




Sunday라는 작품인데 일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처음엔 신나다가 점점 월요일이 다가올수록 슬퍼지는 그런 흐름의 작품




그림도 그림인데 복도 인테리어가 참 마음에 든다


그림책을 낸 작가라 그런지 귀여운 그림체인데, 스토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ㅋㅋ 사진은 흔들렸지만 사람 가면을 벗으니 나오는 동물들. 생각의 속임수 책을 얼마전에 읽어서 그런지 이 그림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알고보면 다 짐승(?)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느껴졌다



이 외에도 사진촬영이 금지됐던 작가 Unskilled Worker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Bold한 색깔 표현뿐 아니라 구성들이 화려하면서도 큰 눈이 오묘하면서도 어딘가 인물들을 쓸쓸해보이게 하는 그림들. 작가는 사람의 눈이 그 사람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눈을 제일 먼저 그린 후에 종이를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작업하는데, 주요 재료가 파스텔인 것 같고 특유의 거친 느낌도 있지만 대신 쨍한 컬러가 인상적이었다



16인의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의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라 여러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점이 재미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많은 사람들 때문에 줄지어 봐야하고 곳곳에서 인별용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피해서 봐야하는 등 관람 환경이 그닥 좋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posted by 드쏭
2019. 4. 10. 11:57 ◐ My Ordinary Life/A journal


오늘의 서울 나들이 코스는 33apartment → 디뮤지엄 → 한남한강공원 → 한강대교 → 신용산역 → 남대문 알파 → 사당역 버거킹 → 집


해질녘의 반포대교

강남 쪽 반포한강공원과 세빛섬

맞은편에서 바라보니 새롭다

오후 7시 4분에 찍은 하늘. 해가 많이 길어졌다

오늘 코스에서 바라본 일몰은 느낌이 또 다르군. 다양한 얼굴을 가진 한강이다

비록 지금 이촌 한강공원 일대에 공사를 많이 해서 앉아서 놀기엔 그닥 좋은 경치는 아니지만 역시 한강은 그냥 좋다


강풍때문에 춥고 오랜만의 자전거때문에 허벅지가 터질 것 같고 근무하고 왔더니 피곤하고 서둘러 한강대교로 올라가 신용산역에서 반납하고 남대문 가는 버스타기


4월 5일 식목일이 공휴일이었나? 이제 빨간 날이 아닌 것 같은데 남대문 알파는 공휴일의 영업시간을 따른듯했다. 부랴부랴 7시 40분쯤 가니 문이 닫혀 있었다.. 환승하면서 필요한 물감 좀 사가려고 일부러 들른 것이었는데.. 문 닫았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쩝;

발길을 돌려 환승하기 위해 회현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 불편한 할머니께서 캐리어를 들고 내려가시는 게 보여 들어드렸다. 30분이라는 시간을 버리고 일종의 착한 일을 한 셈ㅋㅋ 내가 여행 중 계단에서 캐리어랑 배낭 들고 다니는 X고생을 해봐서 이렇게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가는 사람들을 보면 외면할 수가 없다. 특히 어르신들이나 어린 여자 사람들은 더 눈길이 간다. 역시 힘든 경험을 해보아야 남의 힘듬도 더 이해하고 마음쓰게 되는거구나 싶다. (지금의 상처도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고 배우기 위해 이런 시간이 내게 주어진 것이라고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상처를 받아야 치유하면서 성숙해질 수 있는 것이겠지..?)


An almost perfect day!

나들이 계획 코스도 almost clear. 맛있는 커피, 전시회, 따릉이, 일몰, 먹기 등을 통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 것 같은 느낌이다. 소소한 행복과 함께 힐링

특히, 이렇게 가끔 오는 서울행은 낯설게 느껴져서 신기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게 되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즐겁다. 게다가 자주 못 오니까 온김에 볼일을 보기 위해 알차게 돌아다니게 되서 뿌듯하기도 하고. 호크니 전시는 평일 오전에 가서 한가하게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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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쏭

저번부터 너무나 가보고 싶었던, 한국에서 유일하게 Dukes Coffee Roasters 의 원두로 커피를 만들고 원두를 판매하는 카페 33apartment

한남동에 갈 일이 생긴 김에 들렸다!

아파트 뒷 골목,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

평일 오후에 가서 그런지 조용하고 좋았지만 근처 대로변쪽에 아파트인지 빌라인지 크게 공사중이라 거기 입주하면 평일에도 붐비게 될 듯하다

부럽다. 무려 동네 카페가 33apartment라는 사실이


오픈 커피 바. 커피머신과 카운터가 출입구를 향해있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일까?

메뉴는 오지스타일로 블랙, 화이트, 티, 간단 디저트, 원두 끄읕

 

출입구 왼쪽에 위치한 계단

1층에는 작은 스탠드 테이블(?) 한 줄과 생수 테이블 하나만 있고 이 지하 1층에 고객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있다


다른 카페였으면 테이블을 놓았을 것 같은 공간인데, 저렇게 포스터 하나만 놓여있다. 마치 전시작품인 것처럼


원래 FW를 마시고 싶었지만, 우유 스팀은 약간 모험이라 안전하게 롱블랙으로 ㅋㅋㅋ

롱블랙 선택 가능한 원두는 Dukes Blending이랑 COSTA RICA SONORA COLORADO(Tasting Note: 풍부하고 부드러운 커피. 달콤한 커런트와 석류, 끝에 느껴지는 약간의 시나몬) 였다. 첫 맛은 굉장히 부드럽다, 목넘김이 좋다? 신맛이 잘 살아있지만 가볍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맞다고 느껴졌다. 데일리 커피로 자주 즐기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 (개인적 느낌)

음 근데 롱블랙을 마셔보니까 다음에 오게 된다면 FW를 꼭 마셔보고 싶다


전체적 인테리어는 군더더기 없이 심플했다. 그레이 계열 컬러로 세련되면서도 나무 마루, 의자, 녹색식물 등으로 따뜻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의자, 테이블 등은 사용자의 편의보다는 미학적인 면에 치중됐다고 보이지만, 보기에는 좋아서 인스타용으로 좋고 불편해서 회전율은 높여주지 않을까 싶다. 반면, 사진 속 저 회색 바가 잠깐 기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고 생각. 단체로 오면 앉기 좋은 자리는 마련되어 있는데, 방문했을 때 그 자리가 비어있느냐가 관건일 듯. 워낙 테이블 수가 많지 않아서


솔직히 커피 가격이 저렴하진 않은데, 제대로된 롱블랙을 마실 수 있다는 것, 호주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posted by 드쏭
2019. 4. 5. 11:21 ◑ Got impressed/By books

 

항상 생각, 심리에 관심이 있어왔고,

특히 눈에 보이는 것들, 즉 외형, 피상적인 것들만 중시하고 판단하는 집단 속에서 지쳐가는 요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고 사유하기 때문에 복잡한 동물이지만 짐승같은 면도 있음을,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임을,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하는 생각들도 결국은 감정의 영향을 받는 것이고 감각이 인지보다 상위에 있다. 감정을 인지하는 순간 이미 현재의 시간은 지나간 것이므로 현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결국 자기 경험(직접이든 간접이든), 과거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판단내리기 때문에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그 순간, 내 감정에 충실하고 삶에서 필연적인 후회라는 감정에 매달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내가 잘 이해했다면.

 

안그래도 순간의 감정에 내 마음이 너무 왔다갔다(?)하는 것 같아 평온함을 갖고 싶은게 몇년 전부터 나의 화두였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내 생각보다 나는 더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고, 미술을 하기 위해서는 이 섬세함을 유지하고 순간의 감정을 잘 캐치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지만, 스트레스가 따라오기 때문에 힘들어진다는 것이 마치 양날의 검 같다. 다음주부터는 명상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려고 하고 이렇게 생각, 심리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보려고 하지만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에 따르면 결국 내 생각은 감정에 좌우되는 것이 맞기에 순간에 느껴진 감정을 인식해서 그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생각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나의 건강을 위해,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아래는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실어보았다.

 

 

21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베일을 걷는 신랑의 손은 사랑의 두 번째 단계로 들어섰다는 신호다. 서로에게 결혼 이전에 보여준 행동, 마음, 그리고 들려준 약속이 허식이라는 것, 이젠 달라진다는 것, 지금부터 솔직하게 짐승이 된다는 것의 신호다. 이 달라짐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베일 속에서 상대를 보려 하면 사랑에 실패한다. 언제나 베일 뒤에 짐승 말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 결혼생활은 즐겁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예술작품이 된다. 그러므로 첫사랑이든 마지막 사랑이든 사랑의 환상과 아픔이란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감춘 베일의 거부하기 어려운 절대적 힘에서 온다. 그 힘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숭고한 목적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증오의 원천이 된다. 사랑은 숭고한 짐승이다. 보이는 것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것의 절대적인 힘, 아는 것 뒤에 숨은 모르는 것의 힘을 경험하기에 나는 겸손해진다. 사랑은, 생각하지 않는 그곳에서 내가 생각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미적 형식으로서 생각의 속임수를 잘 드러낸다.


36 하늘이 맑고 푸르면 공연히 기분도 밝아진다. 구름이 잔뜩 끼고 하늘이 잿빛일 때 나는 우울해진다. 비가 오면 빈대떡과 술 생각이 난다. 도대체 잿빛 하늘은 왜 우울한가. 하늘이나 대기가 우울하다고 느낄까. 비가 빈대떡 집이라도 차렸단 말인가. 아무 상관없다. 다만 내 마음이 밝고 우울하거나 술이 당기는 것이다. 울한 것도 내 마음이고 술 생각도 내 느낌이다. 사물 자체는 아무 의미를 띠지 않는다. 다만 사물과 내가 교우하고 그 소통에서 나온 감흥을 대상(사물)에게 덮어씌운 것이다. 나와 사물들은 나도 모르게 서로 통한다. 내 몸이 그들의 몸이고 내 머릿속 기억의 보관소도 그들과 같은 몸으로 이뤄졌기에 소통한다. 이상한 점은, 나는 그 이유를 알려 하지 않고 그저 잿빛 하늘이 우울하고 비가 술을 권하는 양 착각한다는 것이다. 사물은 내 몸 밖의 몸이고 내 몸은 내 몸 아닌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하이데거는 이렇게 표현했다. 생각한다는 것thinking은 사물이 행동하는 것thinging이라고.


50 언어는 몸의 기억과 만물을 정확히 재현하지 못한다. 사물은 언어를 넘어 무한히 변모하고 흐르지만 언어는 내가 유한한 만큼 불완전하다. 그것 역시 내 경험(기억)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경험의 귀로 듣고 내 경험의 혀로 말한다. 소통에는 언제나 여분이 있다. 말이 숨긴 감각, 그 속임수를 아는 한 나는 오해와 편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이상하게도 말을 하는 순간 의미가 정확히 전달될 거라는 확신을 갖는다. 의식이 집중력이 감각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말은 외롭다. 감각은 언제나 몸으로 꿈을 꾸기 때문이다.


68 제임스는 말한다. 우리는 의식적인 자동인형들이라고We are conscious automata. 우리 선택이나 의지는 거의 다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삶이란 매 순간 일어나는 일에 정신을 집중하고 판단을 내리는 가운데 이뤄진다. 그런데 과거의 경험을 저장해놓지 않고 무슨 기준으로 인지하고 판단한단 말인가. 저축통장에 돈이 한 푼도 없는데 어디에서 잠을 자고 무엇으로 먹을 것을 마련하는가와 같은 물음이다. 마음은 기억의 저축이고 생각은 물질이다.


86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받아들이는 관용을 의미한다. 

 인간만이 시계를 보고 과거를 회상하며 미래를 꿈꾼다. 그러다보니 현재가 증발한다. 아무리 매 순간을 즐기라고 해도 매 순간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란 오직 ‘일정한 기간duration’으로만 존재한다. 회상 능력은 ‘내 속의 또 다른 나’라는 자의식이고 이 능력은 자동적이어서 지금 일어나는 일을 인식하거나 판단 내리는 데도 간섭한다. 아니, 과거의 경험이 없으면 현재 인지와 판단도 할 수 없다. 제임스는 이를 이정표에 비유했다. 경험하는 곳곳에 표지를 붙여놓아야 우리는 이 표지판에, 이정표에 의지해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제 눈에 안경을 쓴 채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한다.


103 생각이나 의지 속에는 이처럼 무의식이라는 에너지가 숨어 있다.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은 생각이 아니라 그 밑에 억압된 감정, 감각, 정서다.


110 삶이란 신이 내린 오차를 실현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기억이나 생각의 오류가 일어나는 이유는 의식과 저장소라는 이중 구조뿐 아니라 뇌가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기 때문이다. 기억을 인출하는 순간까지 계속 저장되는 경험들은 앞선 경험 위에 무한히 덧씌워진다.

 지휘자의 몸짓에 따라 여러 악기가 하나의 악보를 바탕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오케스트라다. 같은 맥락에서 의식은 지휘자다. 경험들은 커다란 프레임에 맞춰 선택하고 저장하며 인출한다. 어떤 특정한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이렇게 건지는 것이 회상이다. 그러므로 과거는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주변의 여러 사물, 시간과 공간이라는 상황들, 그리고 감정에 둘러싸여 어우러진 과거다. 현재의 정서와 관계를 벗어나 순수한 과거의 경험을 고스란히 건질 수는 없다. 과거는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한다.


155 경험의 흔적이 많이 쌓이지 않은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는 주로 내일을 더 많이 생각하고, 경험의 잔고가 넘치게 쌓인 노년에는 어제를 그리워하며 산다. 내 생각과 판단에서 현재는 빠져 있다. 현재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할 때도 과거 경험의 눈으로 읽기 때문에 시차에 의해 판단과 인식이 달라진다. 같은 사람도 오래전에 볼 때와 지금 볼 때 다르게 여겨지고 같은 책도 시간이 흐르면 달리 읽힌다. 지금 볼 때 다르게 여겨지고 같은 책도 시간이 흐르면 달리 읽힌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뉴턴식의 직선적인 시간 개념은 실제 경험에서는 곡선이다. 의식의 진화로 인해 현재의 시간은 증발하고 과거와 미래의 두 지점을 오가는 곡선을 만들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160 소설가나 철학자들은 순간을 놓치지 말고 현재를 열심히 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 실천하기 불가능하다. 가능한 실천이 아니기에 줄곧 충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의식만 있다면, 아니 동물처럼 습관적 기억만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느 한쪽만 있으면 문제 해결이 쉽다. 그러나 경험하는 시간에서 현재란 없다. 현재는 지각하는 순간 이미 지났다. 울기에 슬픈 것과 마찬가지고 뇌에서 감각의 뉴런들에는 이미 불이 반짝 들어왔고 다음 순간 의식이 작동하기에 지금이라고 느낀 순간 이미 그 시간은 지난 것이다.


167 깨달음일지라도 그것에 매달리지 마라. 세상은 덧없고 무상하기에 하나의 지식에 매달리면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다. 두려움 없이 경험하는 것, 모든 대상에서 얻는 것은 순간의 인상일 뿐이며 외형과 인상이 우리가 잡을 수 있는 전부다.


168 생각은 그것이 깨달음일지라도 매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감각은 새로운 생각을 낳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야 했다는 후회조차 흘려보내야 할 어제의 일인 것이다. 삶은 늘 후회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후회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지혜다. 오늘의 후회는 내일의 축복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후회에 강박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후회스러운 일이 의외로 이후 축복이 됐음을 알게 된다.


170 어떤 길을 택하든 후회는 따른다. 가지 않은 길은 현실의 불만을 메꾸는 수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후회에 매달리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판단과 생각은 물처럼 끝없이 흐르고 변화한다. 후회는 삶의 본질이다. 우리는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과 사유의 흐름 속에 발을 딛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어떤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래의 어느 순간에 불쑥 나타난다. 그것이 시간이다.


193 시간 역시 강물처럼 흐른다. 젊은 시절에는 몸이 빠르기에 강물의 흐름보다 더 앞서나간다. 시간이 몸보다 느리며, 그래서 시간이 길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느려지면서 강물의 흐름을 따르지 못한다. 그러니 시간이 나를 두고 저만큼 빨리 달아난다고 느낀다. 조금 사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대로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기에 의식은 조급해진다. 감지하는 시간이란 이처럼 상대적이고 마술적이다.

 시간은 경험의 방식이다. 후회는 반복되고 미래는 예상하지만 결코 그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회상과 예상은 현재라는 텅 빈 공간을 채운 꿈이며 희망일 뿐이다. 착각은 필연적인 요구다. 그러므로 후회가 삶의 본질임을 모르면 후회에 매달려 삶의 시간을 놓쳐버리게 된다.


225 그렇다면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 감정은 무엇일까. 두려움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느끼는 두려움은 언제 포식자에게 먹힐지 모른다는 원시적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공포는 살아남기 위한 동물적 본능이다.


231 개인마다 기억이 다른 만큼 생각도 다르다. 또한 환경과 나이에 따라 경험도 다르다. 문제는, 나는 내 생각으로 세상을 보고 타인을 본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을 살 수 없고 이것이 내가 실수를 하면서 살아가는 이유다. 경험의 차이를 잊고 내 위치에서 대상을 판단하며 결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부모나 스승, 친구로부터 조언을 구한다. 이것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 반면 애착이 강할수록 자기 눈으로 아이를 보고 자기 소망과 생각을 불어넣는다. 원래 한 몸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고 착각하면서 자기 경험에서 나온 충고를 들려준다. 물론 자식은 이를 잘 이해할 수 없다. 경험이 다르고 아직 겪어본 적이 없어 의식으로는 옳은 것 같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246 프로이트는 우울증의 원인인 자기 비난이 대개 다른 사람보다 더 정직하고 양심적인 사람에게 잘 일어난다고 말한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을 나무라지 말고 긍정하며 하던 일을 꾸준히 해 좋은 결과로 앞의 나쁜 경험을 덧씌우는 것이 좋다. 결국 자신감의 상실에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더 좋은 일로 나쁜 기억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한번 경험한 것은 몸에 새겨지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지만 충격이나 분노와 수치심의 강도는 낮아지고 점차 떠오르는 빈도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치유법이다. …… 우리 마음은 물처럼 흐르고 뇌는 감정과 의식이라는 이중 장치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계절이 바뀌듯이 자연스럽게 다른 경험들을 쌓는 것이 좋다. 제임스가 말했듯이 자연스러운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

 겨울과 여름이 교차하면서 음양의 조화로 자연이 순환하듯이 인연과 악연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상처에 집착하고 매달리지 않는 한, 상처가 있으면 반드시 치유도 있기 마련이다.


248 그는 우리가 인연을 잘 만들고 업을 잘 쌓으면 된다고 말한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처럼 업이란 좋은 경험을 쌓는 일이다. 깨달음은 지혜이고 깨달음을 얻으면 삶과 죽음의 차이가 없어진다. 진정한 나는 없다. 나무가 나무 아닌 것으로 만들어지듯이 나는 ‘나 아닌 것’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물질이다. 그러므로 죽음이란 내 몸이 몸 밖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 작은 몸이 큰 몸과 하나 되는 고향 가는 길이다.

 “여름에는 여름옷을 입고 겨울에는 겨울옷을 입지요.” 답은 그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우리는 이리 저리 깊이 생각하며 미혹에 빠진다. 하이데거는 테크놀로지의 지나친 발달을 우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멀리 가는 기술의 발달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한다. 감각을 되살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을 볼 줄 아는 지혜란 무엇인가. 바로 내 마음(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자연의 은총과 같다는 것을 깨닫는 길이다.


277 공감은 무의식 차원에서 네가 느끼는 것을 나도 느끼고 의식 차원에서 내 판단이 개입되는 두 단계의 합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경험에 따라, 시간과 공간에 따라 공감의 정도가 달라진다. 반면 동정은 교육의 힘에 의해 타인의 고통에 가엾음과 연민pity을 느끼는 것이다. 주로 의식 차원에서 이뤄지고 시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감은 소설의 주인공과 자발적을 동일시하고 난 후 시간이 흐르면 거리를 두고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동정은 도덕적 감정으로서 범위가 좁다. 가장 큰 차이는, 공감은 원초적으로 자아와 타인의 합일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내가 타인의 입장이 되는 것이므로 자아를 대상에 투사한다. 그런 뒤 타인과 거리를 두고 그를 인정하며 이해한다. 같으면서 다른 것이다. ‘나’라는 개인이 사회적 동물이 되는 이중 장치다. 그러나 동정은 대상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불쌍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아를 타인에 투사하지 않는다. 


342 의식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 뒤로 간다. 아니 뒤로 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직 하나의 기간으로서 현재가 존재할 뿐이며 이것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 그냥 부딪히는 현실을 무조건 성실히 최선을 다해 사는 길 외엔 없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비전은 그저 현실을 견디는 수단일 뿐 모두 참모습이 아니다. 삶은 ‘영원한 현재’다. …… 심리는 몸 그 자체다. 객관적인 지식이 아니라 그동안 몸에 쌓인 경험의 정보가 몸에 즉시 반응하는 것이다.

posted by 드쏭
2019. 3. 12. 11:57 ◐ My Ordinary Life/A journal


Acrylic on canvas 작업을 반년 넘게 해오던 중, 올해 1월쯔음 그리다가 너무 맘에 안 들게 나와서 한 번 엎고 유화 물감에 도전! (애초에 에스키스가 아크릴로는 효과가 잘 나오기 힘든 스케치였다 ㅠ)

이렇게 유화 물감까지 다루게 되는구나..

원래는 유화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물론 아크릴도 ㅋㅋㅋ


어쨌든

1월말에 엎고 2월초부터 우선 화실에 있는 유화 물감으로 작업 시작

처음엔 아크릴에 비해 면 채우기가 힘들고 뻑뻑한 느낌이 들었는데 발리는 느낌에 대한 감을 잡고 나니 확실히 재미가 있었다. 나는 목탄이나 오일 파스텔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는데, 얼만큼 뭉개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 그리고 아크릴보다 더 꾸덕하게 바를 수 있어서 보다 더 다양한 기법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느껴졌다

반면 마르는데 오래 걸리니 그걸 계산해서 꼬이지 않게 작업을 해야할 것 같지만

나는 지금 80호F를 그리는 중이라 크게 지장은 없는듯 ^ ^


1차: 2월 18일 구매 - 107,200원

우리나라꺼보단 윈톤이랑 빼베오로 섞어서 샀다. 세트보단 사고 싶은 색깔들로 샀는데, 아직 Opaque, Transparent 구분에 대해 어떻게 발라질지 몰라서 색 이름만 보고 샀다.

ㅇㅍㅁㄱ에서 샀는데 그냥 저 상자에 뽁뽁이도 싸지 않고 보내줘서 물감이 다 찌그러짐.. 저 클리너도 다 새서 오고. 십만원 넘게 샀는데 아무것도 안 주고 몇 개는 오배송ㅋ


2차: 2월 27일 구매 - 50,340원

포인트로 메탈 칼라는 잘 써서 Gold, Silver 사고, 신한에서 좋아하는 색깔인 Blue Grey와 violet Grey를 사려 했으나 숫자를 잘못써서 Grey Grey로 샀다. 근데 이 색도 예뻐보여서 Ok.

ㅎㅂㄴ에서 샀는데 배송이 만 하루도 안 걸리고 유화 물감도 상자 안에 찌그러지지않게 보내줘서 만족. 붓도 뽁뽁이에 다 싸서 보내주고. 약간 과대포장된 감이 있긴 하지만 성의 있어보여서 좋았다. 또, 밑에 있는 마카랑 통을 끼워서 보내주는 센스. 앞으로도 ㅎㅂㄴ으로!


(세트로 사면 물감값은 더 저렴했을수도 있지만 거의 최소한으로만 산거고 아직 유통이랑 클리너는 안샀는데도 이 가격이다. 미술을 하면 할수록 왜 부자들만 하라고 하는지 느껴지는 이 박탈감이란... 바꿀수 없는 상황은 받아들이고 내 처지에 맞는 방식으로 열심히!!)


+Update

작업대에 놓고 계속 보고 쓰는 거니까 이왕이면 그냥 상자보다는 예쁜게 좋겠지 싶어 화사하게 색종이를 붙였다. 처음 마련한 유화물감, 마음에 든다 ㅎㅎ




<내 그림 살짝쿵 올리기>

요즘 Object와 Theme은 거의 비슷하게 그리는데 색 탐구에 관심 있어서 여러가지 색을 시도해보는 중. 이번엔 잘 안 썼던 색은 Red 계열과 Deep Black Blue 느낌으로 강렬한 색을 썼다면 다음번에 그리려고 Back 작업해놓은 그림은 Pastel 계열로 Peaceful, Lay-back, Relaxed 느낌으로 컨셉을 잡았다. 얼른 작업하고 싶다!!


+ Update

대략 이런 계열의 Pastel Color를 Main Color로 작업 중.

사진이 다 못 담았지만 실제로 보면 내가 원하는 컨셉이 느껴져서 현재까지는 마음에 든다. 앞으로 더 잘 이끌어나가서 작품 한 번 만들어 보자!



하루의 대부분을 여기에 쏟을 수 있는 그 날이 너무 늦지 않게 왔으면 좋겠다.. 내가 그 전에 지쳐버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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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쏭
2019. 3. 4. 13:14 ◑ Got impressed/By books

2016년 영화 Me Before You의 후속작품 소설

약 400페이지로 페이지수는 길었지만 미 비포 유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아무래도 미 비포 유를 봐서 배경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읽은터라 더 흥미가 있었다. 약간은 억지로 짜맞춘 듯한 설정도 느껴졌지만 (Will의 유언과 가치관을 강조하기 위해) 재미는 있었다. 주인공인 Louisa가 다른 사람 인생을 돌보다가 자기 인생을 뒤로 할 뻔 했는데 다시 자기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성장 스토리. 다른 사람 사연들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Lou와 다른 사람 얘기가 섞여서 이렇게 길어지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낸 것 같다. 전반적인 영어 수준도 문장의 길이가 길지 않고 단어들도 어려운 단어는 별로 없어서 쉽고 빨리 읽힌다. 거의 informal한 단어들 위주고 표현들도 고전 소설처럼 어렵지가 않다.

3/1, 3/2 몸이 안 좋은 틈을 타 침대에 기대 이 책을 독파했다 ㅋㅋ

미 비포 유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 중 타임 킬링용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



385

Lou, I don't know what will happen. Nobody ever does. You can set out one morning and step in front of a motorbike and your whole life can change. You can go to work on a routine job and get shot by a teenager who thinks that's what it takes to be a man.

Or you can go to visit a bloke wearing a nightie in a hospital bed and get the best job offer you can imagine. That's life. We don't know what will happen. Which is why we have to take our chances while we can. And... I think this might be yours.


posted by 드쏭
2019. 2. 1. 14:05 ◑ Got impressed/By movies


Capharnaüm(Chaos)는 2018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상 수상작,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되었다.

I, Daniel, Blake가 생각나면서, 인생작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도 받았지만 감명 깊었다. 중동 출신의 여자 감독이라 그런지 여성의 시선이 담긴, 현실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주스 또는 먹을 거리를 파는 모습, 열한살에 초경이 시작되자마자(생물학적으로 임신이 가능해지자마자) 팔려갈(남편을 맞이해야할) 걱정을 해야하는 모습, 어쨌든 사랑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은 외면하고 홀로 아이를 지켜나가려 노력하는 모습 등. 예전 다합에서 내 머리를 실로 땋아주던 어린 소녀가 생각났다. 이 소녀도 먹고 살기 위해 길거리로 나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겠지.. 이렇게 관광객들 상대로 강매하는 것이 꼭 그 아이의 문제만은 아닐터.


굉장히 많은 생각을 안겨주고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들이 있었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강 떠올려보면..

자인의 아버지_ "나도 이렇게 나고 자랐을 뿐이라구요. "

;그냥 이렇게 주어진 대로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뿐.

자인의 어머니_ "댁은 절대 몰라요. 알 수가 없어요. 나랑 똑같이 살아봐야 돼요. "

;자인의 변호사에게 한 말로, 변호사면 학교다닐 형편도 됐고 나름 성공한 여성이니 하층민의 인생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렇다고 모두가 같은 상황이라도 똑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임은 명백하지만)

자인_ "개같다구요. 인생이 ㅈ같아요. "

;열두살, 열세살의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가 있을까 안타까웠다. 하지만 자인의 삶을 보면, 내가 봐도 정말 개같아보였다. 어린 아이가 보기에 어른들은 등쳐먹을 궁리나 하고 짐승같아 보이고. 책임은 안 지고 도구로 사용하려고 하고.

_ "그 말이 내 심장을 칼로 찌르는 것 같아요. "

;하나(사하르)를 가져가니 하나(새 아기)를 주셨다는 엄마의 말에 한 말.

_ "아기를 그만 낳게 해주세요. "

;생명을 경시하며 인간을 도구로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감당 못할, 돌보아야할 책임을 지지 못할 아이를 계속 낳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돌봄을 당하지 못하고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집에서 자랐지만 여동생을 보살피는 마음을 가졌던 자인은 티게스트에게서 진정한 사랑과 돌봄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티게스트랑 무슨 사이냐고 가족이라고. 요나스는 동생이라고 말하는 자인. 그 힘든 상황에서도 본인보다는 요나스 먹을 것을 챙기고 요나스를 위해 하는 행동들은 오히려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요나스 연기도 특히 대박이었는데. 고개를 홱 돌리고 자인을 따라오고. 귀여워서 오히려 웃음요소가 되었다.

자인의 그 큰 눈에서 비참, 좌절이 보여서 가슴 아팠다. 상황이 극에 달할수록 눈가가 붉게 충혈되고 자인, 요나스, 라힐 다 마르고 수척해져갔다.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주인공들. 특히, 자인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냥 날 것 그대로의.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오락성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오히려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이 더 강해서 살기도 팍팍한데 그런 것까지 보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겠고, 보는 동안 힘든 것도 맞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어야 할 현실이 담긴 영화라고 생각한다. 안다고 당장 뭔가를 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알고는 있어야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약자에 대해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 사소한 일은 너그럽게 넘어가는 자비로움, 여유, 그러한 것들. 세상이 덜 삭막해질 수 있도록,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실은 누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나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니까 이렇게 비주얼적으로 충격을 받고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도록. 나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보며 불평불만했던 걸 반성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현실에 마음쓰고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드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