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7. 10:02 ◐ My Ordinary Life/A journal


주변에는 정치적인 신념때문에 아예 안 본다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만. 물론, 편향된 방송은 지양하는 것이 맞고(이 방송사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걸러서 볼 줄 아는 현명한 시청자가 돼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좋은 방송을 볼 수 있는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건 옳지않지 않나 싶다. 최근 좋게 보고, 보고 있는 몇 개의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적어본다.


우선, <눈이 부시게>

처음 예고나 홍보에서는 한지민, 남주혁 배우를 내세웠지만, 김혜자 선생님에 의한, 김혜자 선생님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김혜자 선생님'의' 드라마였다. 반전 내용에 놀라기도 하고, 캐릭터들의 불행한 생활에 대해 가슴이 아프고, 참 많이 울기도 한 드라마다. 손호준 배우랑 코믹한 장면도 많아서 엄청 웃기도 했고. 인생에 대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당연하게 존재하고 일어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드라마.

얼마 전 제 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혜자 선생님의 수상소감으로도 유명해진 대사 - 죽고 나면 다시는 느끼지 못할 현재의 순간, 느낌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충만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갑시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 눈이 부시게 최종회 내레이션




2. <트래블러>

정말 좋았던 프로그램이다. 여행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은 매우 많지만 예능과 다큐멘터리를 적절히 섞은 것 같다. 여행에 진지하게 임하는 두 출연자와 아름다운 풍광을 잘 담아냈고, 두 배우들이 겪는 상황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들도 충분히 있어서 즐기면서 본 프로그램이다. 계속 돌려보고 싶다.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으니, 나도 여행 중 겪었고 심심찮게 겪을 듯한 일들을 출연자들도 겪으면서 고군부투 하는 모습이 리얼하면서도 공감가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제훈 배우님이 스페인어로 깎아달라고 하는 것. 진짜 너무 사랑스러우신 것 아닙니까. 설마 이게 잘 연기된 컨셉은 아니었겠지요... 단순히 귀엽다는 표현을 넘어서는 사랑스러움. 보고 있으면 광대 승천, 엄마 미소가 절로 나온다.


(From JTBC)
류준열 배우 물 좋아하고 수영 잘해서 거침없이 물에 뛰어드는 모습이 부러우면서 나도 자유로워지는 느낌. 얼른 수영 연습해야 하는데 피부가...... ㅜ_ㅜ


(From JTBC)
생애 한 번은 꼬옥 가보고 싶은 쿠바, 요즘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서 약간의 안타까움은 있지만, 덕분에 나도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5년 내에는 갈 수 있을까? 중남미는 버킷리스트라서 꼭 가봐야 하는데.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거가 잘 안 되면 가는 시기가 더 빨라질지도....?? ㅋㅋ



3. <슈퍼밴드>

요즘의 최애 프로그램. 불금에 하지만 꼭 꼭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프로그램. 본방 뿐 아니라 재방, 삼방, 사방까지 집에 있는 시간대에 맞게 하면 챙겨보고 있다. 워낙 음악들이 좋으니 한 번만 보기엔 아까울 정도. 
아이돌, 스타 발굴 위주의 오디션만 보다가 진짜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좋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지만 중요한 반주 음악을 위주로 하는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 홀로 서서 무대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그들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잘하는 사람 저어엉말 많고 보고 있으면 괜시리 내가 겸손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워낙 개성이 뚜렷한 참가자들이 많아서 편곡, 자작곡 등 다양한 시도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음악하는 사람들이 부러운 점은 이렇게 보여줄 기회가 있다는 것. 미술은 인스타가 답일까....?


첫 회 중반 이후부터 보게 됐지만 개인 취향이 담긴,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살짝 적어본다.

예선)

홍진호 참가자 - 연주를 잘하는 것 뿐 아니라 몰입감과 표현력이 인상적이었다. 격정적이었다가 풀어줄 땐 풀어주고, 실제로 보면 정말 멋질 것 같았다. 피아노 건반을 훑어서 올라가는 주법을 첼로로 듣게 되다니 놀라웠다.

이찬솔 참가자 -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소개 영상보니 맞구만. 버스킹 때도 인상깊게 봤었고 당시 현금이 얼마 없어 별로 못 드린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번에 방송에서 보니 많이 반가웠다. 이름도 알게 되고 웃는 모습도 귀여우시고. Everglow가 알려졌으면 좋겠다고ㅋㅋ 귀여우시다. 버스킹 때도 실력이 보통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약 2500여일 간 버스킹을 해왔다니 놀라웠다. 좋은 노래를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는 순수한 이유로 약 7년 동안 해올 정도라니.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 연주하기 위해 연습도 많이 해야 하고 팝송이라 가사도 다 외우려면 쉽지 않았을텐데..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심사위원들 평 듣고 눈물을 참는듯한 표정에 먹먹해졌고 앞으로 더 잘 돼서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유니폼 귀여우시다ㅋㅋ 소박하고 허세가 없는 모습에서 더 진정성이 느껴져서 정이 간다. 화이팅!

자이로 참가자 (홀릭) - 음악할 때뿐 아니라 팀원들이랑 같이 있을 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던가 카메라가 지나가면서 사소하게 잡히는 모습들에 반했다. 전에 라디오 듣다가 알게 된 '언제올래'를 잘 듣고 있었는데 그 음악의 주인공이라니. 예선의 '바람'도 정말 좋았고. 우리 가족 다 좋아하는데 특히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약간 빠지신 듯 하다 ㅋㅋ (무대 후 본인은 마음에 안 든다고 인터뷰했지만 완성도에 대해 욕심있는 모습이 더 멋있었다. 이미 콩깍지??ㅋㅋㅋ) 공연을 꼭 가보고 싶다! 팬카페 가입할까? 인생 최초 팬카페 가입?? ㅋㅋ

멜로우키친 참가자 - 편곡하신 곡 정말 좋았다 진짜! 이 버젼으로 소유해서 듣고 싶다. 이번 무대를 통해 약간 한을 푸신듯한 느낌이라면 너무 비약적일까.. 무튼 호흡도 엄청 길고, 무대가 몰입감있고 눈물날 정도로 멋졌다. 편곡 능력도 있으시니 프런트맨으로의 활약도 기대해봅니다!

디폴 참가자 - 신선했다. 혼자 음악에만 열중해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아왔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본다. 잘 맞고 좋은 동료 만나서 더 즐겁게 음악활동 하기를.

기프트 참가자 - 축복받은 목소리. 섬세하고 서정적인 표현이 좋았다.

얘네바라 참가자 - 편곡 멋졌다. 도입 부분만 아리아나 목소리를 넣고 그 후부터는 연주 위주로 쭉 했어도 멋지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후렴 부분이랑 멜로디가 좋았다.


본선 1라운드)

조원상 팀 - 안 그래도 요즘 빠져있는 노래 Adventure of Lifetime 을 아주 멋지게 연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진짜 좋았다. 소름이 막 돋았다. 첫번째 순서부터 완성도가 엄청 높은 무대를 보여줘서 다음 참가자들 긴장과 자극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양지완 팀 - 계속 찾아서 보게 되는 무대 중 하나. 편곡이 정말 멋져서 그냥 이 노래가 원곡같은. 보컬의 카리스마와 박력 넘치는 연주들이 무대에 빠져들게 한다.

최상엽 팀 - 이찬솔 참가자가 말한 것처럼 하모니카 연주가 아니라 노래하는 것 같이 둘이 노래를 주고받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두명 다 탈락한 것은 안타깝다.

이주혁 팀 - 실제로 들으면 완전 그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을 것 같다. 환상적이었던 무대. 베이스 분이 중간에서 노력많이 하셨겠다 싶다ㅋㅋ 무대를 마친 사람들 스스로 마음에 들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멋진 무대였다. 음원으로 듣고 있으면 잠시 현실의 피곤함을 잊을 수 있게 해줘서 좋다.


본선 2라운드)

아일 팀 - 진짜 칼 갈았네 ㅋㅋ 첼로도 제 자리를 찾은 듯 잘 어우러지고 트렌디하면서 멋진 무대였다. 김영소 군은 딱 십대의 통통튀는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귀엽군.

채보훈 팀 - 와 노래 구성이 정말 좋다. 약 4분 남짓한 무대를 기승전결식으로 구성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편곡이 과감하면서 원하던 대로 감성적이면서 웅장한 느낌을 제대로 살린 것 같다. 채보훈 참가자가 영리하다 싶은게 클래식 피아노가 멜로디를 확실히 책임져주고 드럼이 리듬을 잡아주니 음악의 완성도가 확 올라간 것 같다.
세 참가자 다 존재감이 돋보였는데, 보컬은 저번 무대부터 보면 악기 없이 목소리 만으로도 무대를 채우는 그런 카리스마와 에너지가 있는 것 같고, 드러머는 초반에는 연주하지 않고 초중반쯤부터 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잘하니까 존재감이 돋보였다. 특히 피아니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분은 음악할 때와 평상시의 갭이 가장 큰 참가자 중 한 명이다. 무대 위에서 피아노만 연주하면 눈빛이 확 달라진다. 예술적인 소울이 풍부한 듯. 세 명 다 음악에 흠뻑 빠져서 연주하고 노래하니 그게 관객에게까지 와닿아서 나도 같이 푹 빠졌다. 물론 다른 팀들도 빠져서 하지만 선곡 때문인가 뭔가 다른 에너지가 느껴지는 무대였다.

케빈오 팀 - 편곡 좋았다. 원곡이 전혀 생각 안 나고 그냥 곡 자체에 빠져들었다. 편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 감성도 좋고 세련된 느낌이다. 특히 첼로가 음악 분위기를 잘 이끈 것 같다.

김지범 팀 - 정말 좋았다. 안 그래도 요즘 패션쪽에서는 뉴트로가 유행인데 그에 맞는 곡으로 스타일링까지 신경쓰니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고 신경 많이 썼겠구나 싶었다. 색깔 배합도 개인적인 취향 저격이어서 더 좋았고. 트렌디 하면서도 복고풍을 잘 섞은 것 같다. 특히 보컬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김지범 참가자는 원래 소울 느낌이 좋았는데 조곤 참가자 처음 봤는데, 가성으로 올리는데 고막 남친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주 달달. 보고 있으면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유쾌한 무대, 라이브 연주 부족으로 진 것 같아서 안타깝지만 다양한 음악과 무대를 시도하고 꾸며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성진 팀 - 저번부터 보면 창의적인 느낌이다. 특히 처음과 스크린 부분에서 나오는 스타워즈 샘플링이 자연스럽게 음악과 어우러지고 좋았다.


앞으로도 기대하고 응원하며 마지막까지 본방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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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