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2. 10:49 ◐ My Ordinary Life/A journal


하마터면 넘어갈 뻔 했다.

어제 화실까지 걸어가려고 언덕을 내려가다 만나게 된 도 아저씨. 됐다고 바쁘다고 하면 보통 가기 마련인데 어제의 아저씨는 포기가 없으셨다. 안 들리는 척 무시해도 아랑곳 않고 굉장히 열심히 말씀하면서 쫓아오시던 아저씨. 결국은 버스 탈 때까지 계속 말씀을 하셨다.

요즘 다시 초조하고 갑갑한 감정이 자주 느껴지던 찰나라, 더 강하게 거절하지 못한 걸수도 있다. 솔직히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인데 잠깐 장단 맞추면서 힘든 점 털어놓으면 어떤가 싶기도 했다. 그 사람 논리에만 안 넘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러기엔 내 나이를 너무 잘 못 짚어서 신빙성이 확 떨어졌었다. 두 세살 어리게 본거면 기분 좋을 법도 했는데, 캐주얼하게 입은 걸 감안하더라도 많이 쳐서 대 여섯살 어리게 봤다고 하면 양심상 와닿지가 않지. 그러면서 무슨 얼굴에 써있다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 귓 속으로도 못 들어오고 튕겨 나가게 되지.

몇 년 전, 홍대 앞 카페에서 다가온 여자에게 호기심에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30분이 넘는 대화의 종착지는 좋은 인생을 위한 기도와 모임 초대였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불안하고 약한 심리를 파고들어 이용하여 돈으로 연결시키려는 사람들은 극혐인지라. 어제의 아저씨가 가족 이별수 어쩌고 운을 떼는 순간, 저번 여자랑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어제는 날씨처럼 내 마음도 우중충 했던지라 어쩌면 “이제 네 인생도 풀릴 때가 됐어.”, 조금만 버티면 곧 풀릴거야.” 라는 말을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었던 그런 날이었다.



+ “아니 기분이 안 좋으면 안 좋은거지, 왜 기분이 태도가 되냐고.“ 정말 공감가고 힐링이 됐던 사이다 대사. 도대체 왜 그럴까. 물론 기분이 티가 안 날수는 없지 사람이니까. 근데 그것이 태도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기본 예의와 매너를 안 지키는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게 옳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생각에는 그게 옳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나는 또 배웁니다.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혹시 내가 그동안 그렇게 하지는 않았는지 하는 자기 반성과 함께.’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더는 상처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조심성이 커지고 있는데 한편, 선입견이 확대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 오늘 벌써 슈퍼밴드 마지막회다 ㅠㅠ 그동안 참 즐겁고 행복했는데.. 방청 신청도 떨어지고. 분명 그 중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는 밴드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면 꼭 공연 보러가고 싶다. 퍼플레인! 하드롹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클래식과 롹의 조합, 대찬성. 정말 현장에서 연주와 채보훈님 노래를 꼭 들어보고 싶은 밴드! 호피폴라도 특히 저번주에 큰 감동을 받았다. 선곡 보고 너무 유명한 노래라 살짝 걱정스러웠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인트로에서 첼로를 그렇게 활용할 줄 전혀 상상도 못해서 머리로 한 대 맞은 듯한 신선한 충격에 소름이 쫙. 편곡도 정말 좋았고. 이 밴드도 공연하면 가보고 싶다! 그 밖에 이찬솔님, 자이로님, 이주혁님, 신광일님, 신예찬님 등등 음악하는 새로운 분들을 알게 돼서 정말 좋았다. 또, 클래식 악기와 밴드가 조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밴드 음악의 고정관념을 깨고 음악 조합을 새롭게 넓힐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좋았고. 오늘 생방도 본방사수하면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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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