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9. 12:27 ◑ Got impressed/By movies

2시 20분 맥퀸을 보려고 엄청나게 뛰어갔는데 토요일은 8시 5분... 내가 본 건 일요일 시간표였다...... 허무......

너무 길게 남은 시간을 어찌해야 하나, 주변 극장을 뒤져봐도 요즘 그닥 땡기는 영화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나마 라디오에서 추천을 들었던 프리다의 그해 여름 5시 10분 영화를 예매했다. 밥도 먹고 ECC안의 서점에서 졸다가 영화보러 ㄱㄱ


영화는 매우 잔잔했다

프리다가 가엾기는 했지만 못된 면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행동을 하는지 이해는 가면서도 조금만 더 nice, kind 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왜냐하면 제 3자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외숙모, 외삼촌의 사랑이 충분히 느껴졌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것들이 프리다의 마음에 가서 와 닿기에는 아직 어리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크게 남아있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가출을 시도하던 어느 밤,

ANA: 어디가?

FRIDA: 집에

ANA: 왜?

FRIDA: 여긴 날 사랑하는 사람이 없거든.

ANA: 난 언니 사랑해.

약간은 삐뚤어진 프리다의 모습이 사촌 동생인 ANA의 사랑스러움을 더 부각시키지 않았을까 싶긴한데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ㅠㅠ 가만히 서있어도, 어떤 표정을 지어도 사랑스러워서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거의 ANA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나오면 하트눈으로 바라보면서 내 마음도 같이 따뜻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ANA 역의 Paula Robles 와 스페인 풍경과 색감


(Images from IMDb)







(Image from Google)


매.우. 피곤했지만 상영관도 찾기 힘들고 간김에 보자 싶어서 그냥 기다렸다가 봤다

기다리길 잘했다


알렉산더 맥퀸 하면 약간은 기괴스러우면서 실험적인 패션의 디자이너로 알고 있었는데, 이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를 통해 그와 그의 디자인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재능을 타고났지만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던 Lee. 실업 수당을 받는 상황에서도, 즉 돈이 있든 없든 옷을 계속 만들었고 그의 재능과 작업은 마침내 spotted 된다. 다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던 이태리로의 도전은 유명 디자이너의 재단사로 고용되면서 실력을 쌓는 기회가 되었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석사 과정 코스 합격 등으로 이어졌다

편집과 구성,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는데, Tape 별로 구분해서 그의 초창기부터 전성기 등 시대 별로 사건과 런웨이 패션쇼를 같이 보여줘서 어떤 상황 속에서 그런 디자인이 나왔는지, 어떻게 변화되어져 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단순히 보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어두운 면을 끄집어내서 보다 현실적인걸 작업에 담아내고자 했던 Lee. 어떤 규칙,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기보다는 비닐, 테이프 등 재료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걸 표현하려 했던 boldness, determination과 firmness

자신의 브랜드와 연결된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스스로 많은 pressure를 느끼게 되었고 결국에는 그것이 고통이 되어버렸다

일년에 컬렉션 14개와 자신의 브랜드 컬렉션까지 병행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디자인 작업에 따른 창조적인 고뇌에 사업 진행까지 신경써야 하는 그런 압박감을 감히 나는 상상할 수도 없고 동일한 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싶다. 저 상황까지 간다면 놓을 수 없으니까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밖에 없겠지만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한 순간에 모든 걸 놓아버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

그래도 아직까지 그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뭐래도 패션 역사에 길이 남을 디자이너 중 한 명 인 것만은 확실하다



사실 패션 디자이너하면 겉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괴짜스럽고 뭔가 독특하면서 그렇다는 인식이 있는 편인 것 같은데, 물론 나도 일종의 그런 선입견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디자이너들도 많은 것 같다. 그래야 성공하고 그 성공을 오래 이어갈 수 있을테니까

다시 한 번 노오력에 대해 스스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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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