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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01 <Capharnaüm, 2018> 190130
2019. 2. 1. 14:05 ◑ Got impressed/By movies


Capharnaüm(Chaos)는 2018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상 수상작,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되었다.

I, Daniel, Blake가 생각나면서, 인생작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도 받았지만 감명 깊었다. 중동 출신의 여자 감독이라 그런지 여성의 시선이 담긴, 현실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주스 또는 먹을 거리를 파는 모습, 열한살에 초경이 시작되자마자(생물학적으로 임신이 가능해지자마자) 팔려갈(남편을 맞이해야할) 걱정을 해야하는 모습, 어쨌든 사랑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은 외면하고 홀로 아이를 지켜나가려 노력하는 모습 등. 예전 다합에서 내 머리를 실로 땋아주던 어린 소녀가 생각났다. 이 소녀도 먹고 살기 위해 길거리로 나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겠지.. 이렇게 관광객들 상대로 강매하는 것이 꼭 그 아이의 문제만은 아닐터.


굉장히 많은 생각을 안겨주고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들이 있었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강 떠올려보면..

자인의 아버지_ "나도 이렇게 나고 자랐을 뿐이라구요. "

;그냥 이렇게 주어진 대로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뿐.

자인의 어머니_ "댁은 절대 몰라요. 알 수가 없어요. 나랑 똑같이 살아봐야 돼요. "

;자인의 변호사에게 한 말로, 변호사면 학교다닐 형편도 됐고 나름 성공한 여성이니 하층민의 인생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렇다고 모두가 같은 상황이라도 똑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임은 명백하지만)

자인_ "개같다구요. 인생이 ㅈ같아요. "

;열두살, 열세살의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가 있을까 안타까웠다. 하지만 자인의 삶을 보면, 내가 봐도 정말 개같아보였다. 어린 아이가 보기에 어른들은 등쳐먹을 궁리나 하고 짐승같아 보이고. 책임은 안 지고 도구로 사용하려고 하고.

_ "그 말이 내 심장을 칼로 찌르는 것 같아요. "

;하나(사하르)를 가져가니 하나(새 아기)를 주셨다는 엄마의 말에 한 말.

_ "아기를 그만 낳게 해주세요. "

;생명을 경시하며 인간을 도구로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감당 못할, 돌보아야할 책임을 지지 못할 아이를 계속 낳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돌봄을 당하지 못하고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집에서 자랐지만 여동생을 보살피는 마음을 가졌던 자인은 티게스트에게서 진정한 사랑과 돌봄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티게스트랑 무슨 사이냐고 가족이라고. 요나스는 동생이라고 말하는 자인. 그 힘든 상황에서도 본인보다는 요나스 먹을 것을 챙기고 요나스를 위해 하는 행동들은 오히려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요나스 연기도 특히 대박이었는데. 고개를 홱 돌리고 자인을 따라오고. 귀여워서 오히려 웃음요소가 되었다.

자인의 그 큰 눈에서 비참, 좌절이 보여서 가슴 아팠다. 상황이 극에 달할수록 눈가가 붉게 충혈되고 자인, 요나스, 라힐 다 마르고 수척해져갔다.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주인공들. 특히, 자인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냥 날 것 그대로의.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오락성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오히려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이 더 강해서 살기도 팍팍한데 그런 것까지 보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겠고, 보는 동안 힘든 것도 맞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어야 할 현실이 담긴 영화라고 생각한다. 안다고 당장 뭔가를 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알고는 있어야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약자에 대해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 사소한 일은 너그럽게 넘어가는 자비로움, 여유, 그러한 것들. 세상이 덜 삭막해질 수 있도록,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실은 누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나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니까 이렇게 비주얼적으로 충격을 받고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도록. 나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보며 불평불만했던 걸 반성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현실에 마음쓰고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드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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