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2. 12:36 ◑ Got impressed/By books

 

자신만의 뚜렷한 디자인 철학이 담긴 책이었다.  그 철학 중에서 나에게 와닿았던 글들을 정리해 보았다. 겸손하게 반복, 숙달에 정진해야 함을, 항상 편견을 경계하며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금 느낀다.

 

 

 

자연의 장엄한 아름다움 속에서 신비를 느끼면서도 그 웅대한 느낌을 표현해낼 수 없는 내 자신의 무능력함을 깨닫는 것보다 더 비극적인 일이 또 있을까.”

 

이사크 레비탄(러시아 풍경화가)

 

초보자에게 디자인은 겉모습이며 형식이다.

고수에게 디자인은 내용에 맞춘 형식이다.

 

이영혜(디자인하우스 대표이사)

 

완벽한 디자인이라는 건 그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제거해야 할 뭔가가 없을 때다.”

 

생텍쥐페리

 

 

본래 조형 능력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못지않게 끊임없는 배움과 익힘이 수반되어야 한다. 반복 숙달 말이다. 방바닥을 기어 다니던 어린아이가 일어서서 걷게 될 때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른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것은 물론 자전거 타기나 접시 돌리기 같은 특정한 지식이나 기예, 직능을 습득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무릇 모든 실기나 실습은 반복하게 되면 스스로 깨닫는 단계가 찾아온다. 반복과정에서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교정하는 자기비판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복과 숙달이란 일정한 궤도에 오르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하겠다.

 

 

 

不計工卒불계공졸

잘 됐든 못 됐든 따지지 않는다.’라는 뜻인데, 글씨나 그림을 표현하면서 어떻게 좀 잘해보려고 안달복달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탁월하거나 완벽하기 위해 집착하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놔두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예술가들에게는 마치 로또가 당첨되듯이 뭔가 번쩍하고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는 편견 말이다. 그러나 어떤 영감이나 창의도 결코 전광석화처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꾸준한 이상이 누적되어 생기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강가의 모래가 퇴적되어 생긴 삼각주에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듯이 창의성 또한 오래 퇴적된 일상과 반복의 삼각주에서 새롭게 움트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아마도 추사의 예술도 그러했을 것이다 믿는다. 반복과 숙달의 지루함 속에서 새로운 질서나 구조, 개념이 살짝 엿보이는 때를 영감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번득이는 영감을 기대하느니 차라리 묵묵히 자신이 행하는 바에 몰두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말이다.

 

 

 

디자인은 꾸밈의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양식이어야 함을 깨달았다. 사실 디자인이든 예술이든 또는 그 무엇이든 간에, ‘를 궁구하는 예인의 자세이든 에 이르려는 수도자의 자세이든 그들에게는 추사나 석봉처럼 끝없는 반복 숙달을 통한 단련, 그리고 거기에서 발원한 혁신에의 분투와 창신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궁극의 경지란 결국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마음에 이르렀을 때 가능해진다는 것을 숱한 걸작들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여기서 천진함이란, 미숙함을 뜻하는 유치함이나 어설픔이라기보다는 욕망이나 목표에 대한 맹목과 집착에서 벗어나 소위 마음을 비우는 평정심을 말하는 것일 테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피카소

 

 

posted by 드쏭